경향신문 홍도은 기자


- 어쨌든 이 열차가 현재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한다면, 형이 그리는 세상은 아큐파이 운동의 991의 사회라고 보기도 어렵고, 전통적인 무산자대 유산자, 맑시즘에서 이야기하는. 상당히 다른 구성이에요. 이 시스템은 영원하지 않지만, 사실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앞 칸의 사람들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성립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앞 칸 사람들이 뒷 칸 사람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에요?

= 뒷칸 사람들을 휴먼리소스라고 봐야지. 그러니까 인력자원부 어떻게 보면 노예 풀처럼 쓰잖아. 첫 장면부터 바이올린 켤 수 있는 사람 나와봐!’하는 것인데, 애들은 더 극단적으로 쓰는 것이고. 아우슈비츠에서도 다 가스실로 차례차례 보내지지만 예를 들어 말발굽 할 수 있는 사람, 기술 있으면 더 오래살고 그랬잖아. 개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남북 전쟁 당시의 남부처럼 목화밭처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인력의 자원으로 개내들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유지하는 것이지. 사실 바퀴벌레지 그러면. 바퀴벌레에게 무슨 사료를 줄 필요도 없고, 지들끼리 증식하면서 2억 마리가 20억 마리가 탱크 안에 바글대니까,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력자원들을 유지하는 것이니까. 사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여 버리거나 화물칸을 떼내 버리면 되는 것인데, 그러니까 달고 다니는 거지. 자기들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할 수 없는 극한의 형태 3D 노동 꼬마 애들을 시키는 것이지.


- 그렇군요.

= 국제 인권 보고서 같은 걸 보면, 아동인권 문제가 실제로 있어. 실제로 있어서 영감을 받은 것인데.


- 어느 나라?

= 아프리카였던가 남태평양 쪽이던가. 어느 조그만 바닷가의 무슨 굴 같은 곳인데, 채집을 시키는 일. 이게 유럽인들의 식탁에 올라가는 고급음식인데 거기는 구멍에 애들 밖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 제비집 같은 것?

= 그것을 채취하는 노동은 다 요만한 67세 애들을 시키는 거야 저임금. 동전하나씩 던져주면서. 악덕 사업주가 그런 것을 하는 게 참혹한 아동노동으로 고발되고 하는데. 그런 것은 실제로 충분히 있는 끔찍한 모습이고.


- 어쨌든 이 영화에서 재미있던 것은 처음으로 조우하는 앞 칸, 그러니까 뒷 칸 말고. 그 순서가 과수원, 수족관, 교실 순이죠?

= 그렇지. 식물칸. 아쿠아리움, 수족관...


- 그리고 스시 먹고.

= 아마도 동물원 같은데 있었을 것이고, 거기 동물은 보여주기 싫어서 빠뜨렸지만, 그 다음에 정육이 되어 있는 상태. 그 다음에 이제 교실.


- 그러니까, 이게 먹거리의 생산,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을 보여주는 것인데.

= 그렇지. 칸의 순서가 영화 씬의 순서이니까, 기차 칸을 배열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었지. 커티스 일행만 앞으로 갔고 나머지 일행들은 물공급 칸에서 멈췄다가 나중에 역 쿠테타가 교실 쪽에서 일어나 당하지.


- 그 뒤 만난 앞 칸 사람이 창밖을 내다보는 뜨개질 하는 중년부인이었죠? 양복점을 지나 앞으로 갈수록 소비사회를 넘어 퇴폐향략에 빠지는...젊은 사람들이 앞에 있어요.

= 하하.


- 어떤 의도적인 배치가 있나요.

=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봤어. 물론 씬의 배열이기도 하지만, 그럴 듯한 개연성. 내가 기차에서 한 2-3년 산다면, 어떻게 세팅할까. 생활공간 가지고 나눠봤으니까. 식물과 아쿠아리움. 일단 유원지나 동물원에 놀러가듯이 관람객도 있잖아. 관람객이지만, 자기 말처럼 프로덕티브한 생산을 하는 곳이고, 정육 칸도 그런 곳이고, 그 다음 교실부터 생활영역. 교실 칸 지나고 나면 주거 공간. 원래 주거단지 아파트에 학교가 항상 있듯이, 그런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주거 공간 객실들. 뜨개질하는 사람 나오고. 유럽 컴파트먼트를 보여주는 것. 치과 의료도 나오고. 양복 재단도 나오고,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중상류층 온화한 배드타운같은데 있잖아. 주거지역이 있고. 점잖은 사람들의 유흥공간이 나오고. 라운지랑. 거기서 약간의 독특한 조합이긴 한데 2층 올라가서 헤어샵이, 미장원 아줌마들이 미용을 하고 있고, 그 옆에 헤어부터 시작해서, 자기 가꾸고 레저같은 것 하는데가 있어. 그 다음이 수영장 사우나.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아. 호텔에 가면 왜 호텔 패키지 있잖아. 호텔가면 라운지에서 먹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 사우나 하는 것이고, 파라다이스같은데서 사우나를 하고. 사우나를 지나고 나오면 이상한 어두운 통로가 나오는데 거기 자세히 보면 룸 넘버가 있어. 어두운 통로를 지나면 클럽이 나오는데, 클럽에서 막 놀고 눈이 맞으면 섹스하러 가는 곳이지. 일종의 모텔 룸처럼 클럽 그 옆에 아편굴이 나온단 말이지. 크로놀을 거기서 막 하고 있지. 거기는 아마 크로놀이 사실 불법적으로 다뤄져서 통제를 하고 남궁민수나 요나도 아마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감옥에 갇히는 것인데 맨날 모을려고 덤비다 그렇게 되는거야. 거기는 뭐 예를 들면 암스텔담에 가면 마리화나를 할 수 있잖아. 유일하게 클럽이랑 아편굴 그 섹션이 욕망의 하수구처럼 그런 숨통을 틔워줘야 하니까. 제일 향략적인 곳. 완전 그냥 다 벗고 완전 딴 것도 없이 막 그룹섹스 하는 칸도 하나 하고 싶었는데. 예산문제하고 표현 수위의 문제도 있고.


- 원작만화에서는...

= 창녀촌이 나와. 노골적인 창녀들이 와서 여기가 아편굴, 어차피 크로놀에 관련한 서브플롯이 중요하니까 그거에 의한 반전도 있는 것이고. 크로놀을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편굴로 했고, 거기가 좀 인간들의 욕망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곳으로 다뤄줘야 하니까, 아마 클럽이나 아편굴에서는 용인이 되는, 크로놀을 써도, 유일하게 합법적인 그런 공간 아니었을까. 애들은 주거공간에서 놀고 수영장 정도 까지는 가겠지만, 여기 뒤쪽 수영장 수족관 학교 이런 데가 동선이 되겠지. 성인들은 이제 수영장 사우나. 이런 데 지나면 홍대 앞 같은 데가 되는 것이겠지. 그렇게 동선이 분리되는 것으로 짰고, 그게 커티스의 여정의 씬 순서와 맞아야 하는 것이니까.


(계속


봉준호 감독 인터뷰 전문 ① "내가 생각하는 엔딩은 희망"


봉준호 감독 인터뷰 전문 ② 열차 엔진의 동력원 설정은


봉준호 감독 인터뷰 전문 ③ 도끼 진압군들은 왜 생선을 갈랐을까


봉준호 감독 인터뷰 전문 ⑥ <설국열차>는 범작 아니면 걸작?


봉준호 감독 인터뷰 전문 ⑦ '봉준호 영화' 기대에 대한 부담


Posted by 정용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