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손석희 당시 성신여대 교수가 브론주 마우스 수상후 엄기영 MBC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경향자료사진


- 먼저 검토해야 하는 것이 있어요. 미국은 PBC 모델이 있고, 한국에서는 손석희가 JTBC로 가서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평가가 엇갈리는데요.


= 손석희 사장 한명 갔다고, 그 양반이 보도부분의 수장이 되었다고 뉴스가 확달라졌다는 것, 역설적으로 슬픈 일이 아닌가요. 손석희 한 사람의 공정보도에 대한 양식과 철학에 의존하는 것이야 말로 JTBC오너가 있는 이등회사라는, 일인지배회사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요. 손석희 많은 연봉을 주고 손석희를 데려와 어마어마한 사측의 배려와 뒷받침 속에서 이뤄 지는 일 아니겠습니까. 제가 봤을 때는 JTBC는 손석희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만약 그가 물러나고 무너지면, 손석희로부터 공정보도 철학을 배운 나머지가 과연 더 좋은 뉴스를 만들 수있을까, 그런 의문이 듭니다. 채동욱 나가고 난 다음 박근혜에게 달라붙는, 배알도 없는 정치검사들을 보세요. 아니, 검사들은 나이들 때까지 정년이 보장된 사람이 아닙니까. 그런데도 권력에 붙어서 영달을 노리는 사람들 투성이인데, JTBC라는 사기업에서 사주에게 잘못보이는, 사주의 철학에 반하는 보도를 했을 때 그런 보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희망을 찾을 수 있느냐. 좀 더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삼성에게 불리한 현안이 터졌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냐로 봐야겠죠.

 

- JTBC반올림 보도가 그래서 주목을 받았잖아요. 당시 공중파에서는 다루지 않았고, 진보언론도 별로 많이 다루지 않았죠. 그래서 손석희가 드디어 간보기 시작했구나 이런 이야기가 돌았죠. 손석희가 삼성 문제를 손대기 시작하면 윗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손석희 교수는 훌륭한 분은 맞습니다. 훌륭한 분이기는 한데, 엄기영 사장은 개인적으로 저희 아버지와 아는 분입니다. 저하고는 어렸을 때 얼굴 마주친 것 이외에는 별 관계는 없지만, 아무튼 그때 언론인이 생각 밖으로 부풀려진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직장인에 불과하다는.

 

- 엄기영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겁니까.


= . 엄기영 앵커. 평소에 존경했던 분이었기 때문에.

 

- 1989년인가, 1991년인가 MBC 노조 파업 할 때 엄기영이 대신 뉴스데스크 나갔잖아요. 그당시도 비판이 많았어요. 박재동 화백이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 비판적으로 그린 한 컷 만화가 기억에 남아 있는데요.


= 하여간 그런 면에 있어서는 손석희가 쳐줄 부분이 있죠. 노조활동으로 구속까지 되신 양반이니까. 누가 무형의 가치를 위해 싸웠느냐고 물었을 때, 손석희 앞에서 명함을 내놓을 엄기영은 아니죠. 그래도 13년 동안 정치권 유혹을 떨치고 온갖 정권의 제안 뿌리치고 앵커에서 사장으로 갔을 때만 하더라도 엄기영의 일생은 한국방송의 소중한 자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MB로 부터 부당하게 쫓겨난 뒤 한나라당을 갔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게다가 펜션 사건까지 일으켰고.


= 아니, 그것까지는 몰랐을 겁니다. 그건 한나라당의 구조적 선거 전략 중의 하나죠. 엄기영은 선거 초년병이니 그런 것 까지 생각은 못했을 거에요. 제가 출마해봤잖아요.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 하기에도 바쁜데. 펜션 깔아서 하라고 못해요. 관리감독 못한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도. 그냥 이렇게 이해하게 됩니다. 저 사람이 일(job)이 필요했구나. 그래도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모르겠어요.

 

- 나이 먹어서는 그런 선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쌓아온 명예랄까 명성이 한 순간 무너질 수도 있으니.


= 그 이야기는 너무 길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고요. 손석희 교수의 JTBC이기 때문에 잘못보다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고, 그 한계는 아무리 손석희라고 한들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선택한 것을 보면 말하자면 내가 삼성의 재벌방송 JTBC 유지를 깨겠다는 각오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MBC에게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있었는데, 속절없이 무너지는 MBC를 보면서 언론인들에게 정말 과잉의 기대를 한 것이 아니냐.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마찬가지이겠죠. 지금 이순간 MBC 구성원이라면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속앓이 하면서 다녔겠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사주 없는 토대 위에서, 권력과 자본의 간섭이 없는 토대위에서 모델을 만드는 것. 그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디어 협동조합 TV방송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뜻을 갖고 있는 동지들을 모을 생각이고요.

 

- 돈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은 일 아닙니까.


= ?

 

- 돈 다루는 일이 어렵잖아요. 협동조합이니 더 투명해야 하고.


= 같이 몇 십만 원 집행하더라도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위원회 제안해서. 고민 끝에 결정합니다. 애매하다 싶은 것은 이사회까지 올라가서 동의를 받고 그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집행이 되고 그러는 거죠.


- 그게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경영적 판단에 의해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 하여튼 그런 면이 있죠. 오너 회사와 비교하면. 미디어 협동조합에서 과감한 경영적 선택을 통해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거나 집행하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이게 또 뒤집어보면, 망하기 쉽지 않은 길 아니겠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책임지는 길이니 또다른 의미에서 비효율성보다는 효율성을 갖고 있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으로 꿈을 이뤄가는 것이니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계속>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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