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3/02
 
두툼한 겨울코트를 입은 장년의 남자가 텐트 안에 앉아 있다. 얼음 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이 영락없는 빙어낚시다. 그런데 자막이 의미심장하다. 

일본에서 출전한 다카하시 다카스케라는 사람이 ‘남자 와카사기 피싱’(wacasagi fishing men)이라는 올림픽 종목에 참여하는 것을 라이브로 중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카하시는 기술에서 38.45점, 프로그램 구성에서 35.32점을 받아 총점 73.7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2월 중순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계올림픽 새 종목?’이라는 제목으로 유포되고 있는 사진이다. 일단 와카사기는 뭘까. 예상대로 빙어(또는 공어)다. 여지없이 ‘와카사기 피싱’ 진위 논란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이 “현재는 시범종목이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는 정식종목으로 치러진다”라고 답글을 남기면서부터다. 주장은 사실일까. 밴쿠버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동계올림픽은 86개 종목으로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종목을 설치했다”고 하니 저런 종목도 있음직하지 않는가.

그러나 누리꾼은 이 사진의 문제점을 바로 파악해 냈다. 남자가 가슴에 두르고 있는 번호표는 이번 밴쿠버가 아니라 2006년 토리노 올림픽 것이라는 것. 좀 더 자세히 사진을 분석한 한 누리꾼은 “가슴에 두른 번호표와 어깨의 일본 국기 마크는 ‘포샵질’일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사한 결과 ‘와카사기 피싱’ 이미지는 아닌게 아니라 토리노 올림픽 기간에 일본에서 나온 이미지였다.

‘빙어낚시가 새 종목’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측 누리꾼의 주장은 더 그럴듯하다. 한 일본 누리꾼이 올린 설에 따르면 ‘빙어낚시’는 ‘일본와카사기협회’가 올림픽 종목 채택을 요구해 나가노 올림픽 때부터 종목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 특히 싱글 남자대표로 출전한 다카하시 선수(62)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다른 출전자들이 ‘입질이 오지 않는다’는 지점에서 한결같은 성과를 올려 메달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이 누리꾼은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경기 룰이다. 경기는 3시간 이내에 잡은 빙어의 총무게를 계산하는 ‘프로그램 포인트’와 빙어를 낚아채는 동작 및 속도의 ‘기술포인트’ 등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구와 방한 장비에 대한 제한은 없으며, 특히 ‘음주가 허용되는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다. 물론 이 모든 그럴듯한 설명은 다 ‘뻥’이다.

어쨌든 누군가 추진한다면 정말 빙어낚시가 올림픽의 새 종목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평창 올림픽 유치가 추진될 때 소치와 차별화 전략으로 빙어낚시 대회를 열자는 이색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올림픽史’를 다룬 책 <체육과 스포츠의 역사>을 펴낸 하남길 경상대 사범대학장(체육교육학과 교수)은 “원래 스포츠라는 말의 기원이 사냥과 낚시에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 교수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낚시는 우연성이 너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누군가 종목 채택을 제안하더라도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설령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사되더라도 빙어낚시 메달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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