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41호

“쇼핑몰 사장 신고한 게 자랑.”
커뮤니티 포털 DC인사이드 자랑갤러리에 지난 8월 15일 올라온 게시글의 제목이다. 정작 게시글에는 별 말이 없다. 대신 사이트 세 곳을 캡처한 이미지만 연달아 붙어 있다. 먼저 앞의 사진.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꽤 비싸 보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두 번째 사진은 네이버 인물정보에 게재된 한 쇼핑몰 사장의 인적 사항이다.
세 번째는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코너 캡처 사진. 민원 내용은 이렇다. “제목: 도로상 안전장구 미착용. 내용: 인터넷 쇼핑몰 사진을 찍으면서 바이크를 타고 헬멧을 미착용하여 도로를 주행함. 바이크 번호 경기 의정부시 나 ○○○○. 본인의 바이크인지는 미확인. 현재 ‘×××’ 쇼핑몰 대표.…(하략)”
그러니까 사정은 이렇다. 한 의류 쇼핑몰이 상품사진을 올린 게 문제였다. 신고자는 사진 속 남자가 오토바이 헬멧을 안 쓴 것을 보고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실제 이 신고자가 올린 캡처에는 민원 접수번호까지 나와 있다. 누리꾼의 반응은 “한 건 했네”, “저격수다” 등의 반응이다.


한 쇼핑몰에 올라온 헬멧을 안 쓴 채 오토바이를 타는 사진. / DC인사이드



찾아보니 이 쇼핑몰, 꽤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이 쇼핑몰의 대표는 자신이 파는 옷의 모델로 직접 나온다. 꼼짝없이 걸린 듯하다. 그런데 이게 궁금하다.
이를테면 영화 ‘비트’에서 배우 정우성이 헬멧을 안 쓰고 심지어 핸들도 안 잡고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이다. 그렇다면 정우성도 누군가 신고했다면 범칙금을? 아니면 그런 장면을 연출한 감독이 내야 하는 걸까.


경찰청 교통단속 담당 경찰에게 문의했다. 해당 신고가 접수된 것은 사실이다. “고소고발권자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범법처리는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경찰청 쪽으로 신고가 들어왔더라도 ‘범법행위’가 다른 지역에서 이뤄졌다면 그쪽으로 이첩된다. 이 경우는 의정부다. 그렇다면 정우성의 경우는? “글쎄요. 멋있게 보이려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단속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애매하긴 하네요.”


쇼핑몰 대표에게 연락했다. 쇼핑몰 윤모 대표에게 확인한 ‘전말’은 다음과 같다. 일단 오토바이는 자기 소유가 아니다. 쇼핑몰 상품 이미지를 찍으려고 잠시 대여한 것이다. 사진은 8월 15일쯤에 찍었다. “영화 <천장지구>를 떠올리면서 일종의 설정 샷을 한 건데 문제가 됐네요.”
게다가 오토바이를 탄 사람도 자기가 아니라 자기와 닮은 ‘대역’이었다는 것이 윤씨의 주장이다. “이게 신고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윤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결론은 의외로 싱겁게 났다.


며칠 뒤 “쇼핑몰 사장 신고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유머사이트에 올라왔다. 역시 본문엔 그가 의정부 경찰서로부터 받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실제 오토바이 번호를 조회해봤으나 신고한 번호로 등록된 오토바이가 없었고, 또 신고한 내용만으로는 범법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누리꾼들은 “(쇼핑몰 사장이) 접수받은 여경의 남친”, “처음부터 쇼핑몰 홍보 알바 아니었냐” 등의 음모론(?)을 폈다. 해당 안내장을 발송한 담당 순경에게 문의했다. 진모 순경의 설명에 따르면 결정적으로 위반일시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3년. 만약에 “3년 전에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한다면 현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혹시 쇼핑몰 사장 여친? “신고받으면서 그런 쇼핑몰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것이 진모 순경의 답. 그나저나 실제 누군지 밝혀졌다면 ‘안전장구 미착용’의 범칙금은 얼마일까. 답은 2만원이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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