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40호


‘장의 전쟁’ 또는 ‘광복절 용자 탄생’.
누리꾼이 붙인 이름이다. 8월 15일에 벌어진 사건이니 으레 이맘때쯤 벌어지는 한·일 사이버 전쟁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장군의 ‘투쟁 대상’은 다른 쪽이었다. 여성가족부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성부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 대부분 근거가 부족한 루머를 담고 있다.

여성부 게시판에 장군은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아버지를 없애주세요.” 뜬금없다. 이유를 들어보자. “아버지를 발음할 때 ‘버지’란 부분이 마치 여성의 그곳을 생각나게 합니다. 여성부 의원님들, 빨리 솔선수범하셔서 아버지를 없애주세요.” 그가 민원을 낸 것은 아버지뿐 아니다. 빌 게이츠도 성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장군은 주장했다. 이름이 빌 ‘게이’츠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을 역사책에서 빼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는데, 이유는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중에 ‘ㅗ’라는 모음이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장군이 ‘용자’ 소리를 듣는 것은 여성부 게시판에는 실명인증을 해야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 할 일 없어 보인다”고 혀를 차는 누리꾼도 있지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여성부가 해온 일을 보세요.” 도대체 무슨 ‘일’을 했다고?


죠리퐁, 소나타3 전조등, 그리고 테트리스. 백현석 여성부 온라인대변인이 언급한 ‘여성부 3대 루머’다. 요약하자면 이것이다.
죠리퐁은 여성 성기를 닮아, 소나타3 전조등은 남성 성기를 연상시켜 여성부가 판매금지 또는 디자인 변경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테트리스는? 흔히 게맛살이라고 부르는 긴 막대기를 블록 사이의 ‘구멍’에 넣는 장면이 남녀의 성행위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여성부가 게임사이트 등에서 전체연령가로 서비스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주장이다.
백 대변인은 “과거 여성부 대변인이 한 언론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입장을 밝힌 적이 있지만 아직도 사실인 것처럼 온라인에서는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죠리퐁…류 루머의 비교적 최신 버전이 ‘4G 스마트폰’, 축구 선수 ‘외칠’이다. ‘4G’라는 휴대폰 서비스 방식이 역시 여성 성기를 연상시켜 교체를 요구했다든가, 한때 외질로 표기되던 축구선수 이름을 여성부가 ‘외칠’로 변경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앞에 인용한 ‘장군의 투쟁’은 이 루머가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런 조치를 취한 여성부에 대한 항의표시로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백 대변인의 말마따나 사실 ‘죠리퐁 루머’는 변형을 거쳐온 오래된 이야기다.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진 것은 DJ정부 때. 그 전에도 돌던 이야기다. 당시 돌던 이야기에서 ‘죠리퐁 판매금지 요구’의 주체는 YWCA였다.
백 대변인은 “때때로 저 루머들을 진짜로 믿는 항의를 받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며 “그냥 웃어넘길 농담이긴 한데, 양성평등적 관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우리 부처에서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런데 장군이 올린 게시물은 여성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캡처된 이미지 상 장군이 해당 게시물을 올린 코너는 ‘열린 발언대’. 일반적인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해당하는 코너다. 비록 장군이 여성부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올린 케이스이지만 욕설이나 성적 발언 등 게시판 관리 규칙 상 삭제 대상으로 보이진 않는데?
확인 결과 여성부에서 게시판을 담당하는 문모 주무관이 장군의 글을 삭제했다. 문 주무관은 “8월 15일쯤부터 초등학생하고 중학생들이 집단으로 들어와서 그런 게시물을 연달아 올려 내 판단으로 삭제했다”고 말했다.
글쎄. 저래도 되나. 그가 밝힌 누적 삭제건수는 약 600~700건. 장군의 ‘거사’에 호응한 다른 누리꾼들이 올린 비슷한 성격의 글들이었다. 알고 보니 ‘장의 투쟁’이 아닌 ‘문 주무관의 투쟁’이었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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