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39호


꽤 된 동영상인데 ‘레전드 방송사고’ 또는 ‘방송사고甲’ 등의 이름을 달고 돌아다니는 동영상이 있다. 한 1~2년 된 것 같다. 아마 인터넷 좀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나라의 경제를 얘기하는데 파리가….” 국산 동영상을 생각하겠지만, 이 동영상은 외국산이다.

한 토크쇼 사회자의 비극(?)을 다룬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한글자막까지 붙어서 돌고 있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부메랑쇼라는 이름의 이 토크쇼의 주제는 사회고발이다. 고발 대상은 의사들의 엉터리 시술이다. ‘마레케’양의 진술에 따르면 그녀의 불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종양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수술하다가 척추를 손상시켰다. 문제는 다음으로 발언하는 남성 피해자다. ‘간단한 시술을 위해 병원에 들른’ 발레어씨도 마레케양과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목소리가, 목소리가 환관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발레어씨는 편도선 수술의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진짜 비극은 사회를 보고 있던 에릭 하트먼에게 일어났다. 발레어씨의 가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쏟아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더군다나 생중계되고 있는 토크쇼에서. 우리 모두는 안다. 결코 웃어서는 안되는 자리인데, 한번 터진 웃음보를 주체하기에 힘든 경우가 있다는 걸.
킥킥대는 하트먼을 더 이상 참지 못한 발레어씨가 예의 그 ‘모기 목소리’로 항의한다. “이건 너무 부적절하군요. 계속 촬영하실 겁니까?” 객석에 있던 다른 남자가 똑같은 목소리로 발레어씨의 항의에 동참한다. 이제 하트먼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동영상 말미에 붙어 있는 자막은 다음과 같다. “부메랑 쇼의 사회자였던 에릭 하트먼의 경력은 이 실수 하나로 박살났고, 그는 영원히 TV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이게 사실일까. 모르면 검색. 일단 쓰는 언어는 영어가 아니다. 네덜란드어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지난 2007년께부터 관련 논란이 이미 휩쓸고 지나갔다. 논란이 커지면서 편집된 버전이 아닌 6분짜리 ‘풀 버전’도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겠지만 ‘부메랑쇼’는 진짜가 아니다. 1997년 설립된 벨기에 방송국 캔버스의 코미디 프로그램 글로리아(in de Gloria)의 한 에피소드다.


와우한국경제신문TV

뭔가 허전하지만 ‘레전드 방송사고’의 지위는 이제 넘겨야 할 것 같다. ‘나라의 경제를 얘기하는데 파리가…’는 와우한국경제신문TV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아마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혹시 잘 모르는 사람은 ‘나라의 경제를…’로 포털에서 검색하면 동영상이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 1999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도되었지만 사건(?)의 주인공인 강기수 한국경제TV 와우넷팀 팀장(48)의 기억에 따르면 2001년에 벌어진 사건이다.
 
주인공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파리가 얼굴에 앉았던 나민호 대신증권 당시 투자분석팀장은 현재 퇴직연금 관련 부서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 팀장은 우연하게도 TV 스튜디오가 무너지는 또 다른 ‘레전드’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강 팀장에 따르면 스튜디오 붕괴사건의 조연인 정성훈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현역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또하나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지난 2009년 일부 인터넷언론에서 ‘파리사건’으로 “나 부장과 강 팀장이 5년 출연정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이 역시 근거 없는 낭설이다.
강 팀장은 “이건 말하면 안되는 건데…”라며 “나중에 그 동영상이 유명해지면서 알려졌지만 당시는 윗분들도 한동안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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