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38호

먼저 소소한 개인 이야기. 꼬꼬마 시절, 기자는 ‘단(丹)’의 열렬한 팬이었다. 김정빈의 소설로부터 시작해서 김태영의 판타지 미래소설 ‘다물’, 그리고 ‘한단고기’까지…
‘단(丹)’의 주인공 우학도인 고 권태훈 노인이 순회 강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시로서는 거금 5000원을 들고 강연장까지 찾아갔다. 대예언을 기대했지만 권 노인의 강연은 그저 민족의식의 고취, 그뿐이었다. 그것도 다 책에서 나온 이야기였고.


‘단(丹)’의 또 하나의 갈래는 단전호흡이다. 단전호흡을 통해 생성된 기를 순환시키면 최종적으로는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초능력도 믿었다. 이건 꼬꼬마 시절의 이야기다.
이 계열로 ‘단의 실상’이라는 책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책의 앞에 실려 있는 총천연색 화보다. 계곡에서 웃통을 벗고 단전호흡을 하던 사람들이 가부좌를 한 채로 공중에 붕붕 뜨는 사진이다. 몇몇 사진은 다소 초점이 나가 있고 공중에 뜬 가부좌 자세도 흐트러져 있지만, 믿었다.
이들도 순회강연을 한다기에 또 소중히 간직해놓은 돈을 싸들고 갔다. 단전호흡으로 공중에 뜨는 것을 시연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날 그들이 보여준 것은 무릎으로 튕겨 30㎝ 정도 통통 튀는 모습이 전부였다. ‘단의 실상’ 강연을 보러 갈 무렵에는 이미 ‘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식은 상태여서 그리 실망이 크진 않았다.


요와요오 카메라 우먼의 일기 블로그


8월 초,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점프녀’ 또는 ‘공중부양녀’ 사진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단의 실상’이다. ‘단의 실상’ 팀의 공중부양 비밀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카메라의 순간포착이다. 폭포에서 가부좌를 틀고 반동을 일으켜 뛰어오르고 찰칵. 그게 비밀이다. ‘단의 실상’에 비해 사진 속의 주인공, 공중부양녀의 내공은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다.

위 사진을 보면 조금 섬뜩할 정도다. 귀신 같다. 제일 처음 소개된 커뮤니티에서 그녀의 별명은 ‘하체실종녀’였다. 아무리 순간포착이라고 하더라도 저 정도로 뛰려면 시선처리나 펄럭이는 옷자락 등이 쉽지 않을텐데, 1~2년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찾아보니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
http://yowayowacamera.com)가 나온다. 블로그 제목은 ‘요와요와 카메라 우먼의 일기’. 그녀의 이름은 나츠미 하야시. 일본 도쿄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 블로그에 들어가면 이번에 한국의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떨친 작품 말고도 수작(秀作)이 여러 편 나오니 시간 되는 분들은 들어가서 감상해보기를.

그녀의 공중부양 사진은 이제 막 잘 나가는 중이다. 지난 6월, 일본 야후에서는 그녀에 대한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그런데 정작 기사 내용은 그녀의 인터뷰나 비법 중심이라기보다 공중부양에 대한 심령 특집기사 느낌이 난다) 중국 잡지도 그녀를 인터뷰했고, 그녀의 ‘공중부양’을 주제로 한 티셔츠 온라인 숍도 이제 막 생기는 중이다. 모두 다 올해 봄에서 여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 게시판에서 그녀의 ‘공중부양’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펄럭이지 않는 치마 모양이나 그녀의 표정 등에서 “받침대 내지는 의자 따위를 두고 나중에 포토숍 작업을 통한 배경 수정작업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나츠미의 블로그에 따르면 사후 수정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월에 올린 ‘작업방법’에 대한 글에서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계는 ‘캐논 카메라 EOS 5D 마크Ⅱ’이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10초 셀프타이머’를 이용해 찍는다고 밝혔다.
한 번 도전해보고 싶진 않으신지. 그녀가 쓰는 게 꽤 비싼 장비라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싸구려 똑딱이라도 순간포착은 누구나 가능하니까. 단, 나츠미 수준의 연출 내공을 쌓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정용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