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36호

“1998년 7월 4일, 창간 이래 최초로 겪는 사태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다.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간단히 복구할 줄 알았다. 최고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처음에는 해킹이 아니라는 것부터 단정했다. 해킹으로 이렇게까지 만들 순 없다고. 아마도 관리 실수일 거라고. 그래도 살릴 수 있다고. 그러나 오랜 분석 끝에 전문가의 최종 결론은 그렇다.”

딴지일보 해킹사태에 대해 7월 22일 인터넷에 내걸린 딴지일보 총수 성명.


7월 22일, 인터넷매체 딴지일보에 내걸린 총수 성명이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지난 1년치 데이터가 송두리째 날아갔다. 사실 창간 이래 13년의 데이터가 모두 날아갔지만 지난해 여름 테스트용으로 별도로 백업해 놓아서 1998년부터 2010년 여름까지의 데이터는 살아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의 마지막 멘트’라며 전했다. “비유하자면, 농협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 우연한 기회이지만, 딴지일보 해킹사태는 지난주 <주간경향> 지면을 통해 포착되었다.

본지 기자가 작성한 팟캐스트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 소개 기사에서 이 ‘사태’에 대한 김어준 총수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건 목적을 가지고 치고 들어온 것 같은데요. 우리가 좀 ‘더티’하게 나오니까 ‘그쪽’에서도 더티플레이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나저나 총수 성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농협과 같은 사태’라니, 그렇다면 딴지일보 내부 구성원 중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누군가의 컴퓨터가 해킹된 것? 총수를 제외한 ‘핵심인사’라고 할 수도 있는 딴지일보의 너부리 편집장에게 물었다. “지금은 딱히 뭐라 하기가 어렵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외부 온라인 접속을 통한 시스템 해킹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부리 편집장의 설명에 따르면 7월 8일 금요일께부터 접속이 제대로 안 되기 시작했는데, 서버가 보관되어 있는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 ‘누군가’ 시스템을 포맷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악의적’인 것은 보통 실수로 서버 하드 디스크가 포맷되는 경우 5~6차례까지는 덮어써도 데이터 복원이 가능하지만 이번 사태의 ‘범인’은 그런 경우까지 주도면밀하게 대비해 완전히 싹 밀어버렸다는 점이다.

김어준 총수가 본지 인터뷰에서 ‘그쪽’으로 지칭한 사람들이 누군지 유추하긴 어렵지 않다. 앞의 기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현재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김 총수가 ‘관여’한 방송들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그 중 <나는 꼼수다> 방송은 인터넷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각하 헌정방송’이라고 부제를 붙이고 있지만, 방송 내용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테면 BBK사건에서 에리카 김과 ‘각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그렇다. 그러니까 방송이 거슬린 ‘그쪽’의 막후공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음모설이다. 사실 누군가 IDC까지 직접 들어가서 서버를 포맷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누리꾼 추측도 음모설로 기울고 있다. “워낙 적이 많다보니 의심 가는 곳은 많지만 포괄적으로 보면 딱 한 군데네요.”(파코즈 게시판) 딴지일보 너부리 편집장은 “날아간 기사 중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와 관련된 기사, 에리카 김 귀국과 관련된 기사, 그리고 최근의 김진숙씨 응원 희망버스기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어쨌든 이번 사태로 독자들이나 필진에게 죄송한 일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딴지일보와 누리꾼이 의심하는 ‘그쪽’이 ‘거기’로 밝혀지질 않기를. 정말 ‘거기’가 개입되어 있다면 대한민국의 현실이 서글퍼지니까.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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