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33호


장대비가 쏟아진다. 장마다. 이런 찌뿌둥한 날엔 역시 괴담이다. 혹시 ‘그라목손 괴담’이라고 들어보셨는지. 그라목손은 제초제 이름이다. 괴담의 진원지는 포털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 ‘지식인’이다.
네이버 지식인 Q&A에 들어가서 ‘그라목손’으로 검색해보라. 뭔가 다른 게 보이는지. 질문은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컵에 무슨 색깔 좀 이상하고 초록색 같기도 하고 뿌연 게 음료순 줄 알고 그냥 마셨어요. 엄청 토했습니다. 지식인에 그라목손 쳐봤더니, 엄청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저 정말 죽는 건가요.

플레이피시게임즈

네이버의 지식인은 질문자가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었을 때 그 답을 ‘채택’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질문자가 답을 채택하지 않은 경우,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15일이 경과하면 추가 답변 등록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그라목손’으로 나온 결과들은 하나같이 채택한 답이 없다. 그러니까, 그 질문을 올린 이들이 모두 죽었다는 걸까. (참, 이건 엄밀히 말해서 몇 달 전까지의 상황이다. 최근엔 ‘그라목손 괴담’이 꽤 알려지면서 여기서도 “여기 천국이여”하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대부분 비공개로 되어 있는 그 질문자들의 최종 접속 기록을 살펴보면 정말 신상에 이변이 생겼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난감해 했다. “글쎄요, 우리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어서.”

어쨌든, 그러니까 저기 절박한 도움 요청 질문을 올린 사람들이 생애 마지막으로 쓴 글이 바로 그 지식인글이라는 것이 ‘그라목손 괴담’의 요체가 되겠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홍세용 교수에게 물어봤다. 정말 저렇게 실수로 한 모금만 마셔도 사망하나? 대부분 뱉어내더라도? “치료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냐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숟가락 한 모금 정도를 마셨다면 전문치료기관에 8시간 내에 도착하면 60~70% 정도는 생존합니다. 두 모금 정도 마셨다면… 어렵죠.”


홍 소장은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의 경우, 거의 99%가 농약 마신 걸 후회한다고 말한다. “100명에 한두 명은 조울증 같은 걸 앓는 환자가 있어요. 그런 경우 애써 살려놓으면 또 먹고 와서 결국 네다섯 번 만에 자살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 빼면 다수는 다 후회해요. 먹고 1~2분도 안 돼서 전화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라목손을 마시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병뚜껑으로 한 잔 정도라도 마시면 처음엔 멀쩡하다가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폐가 섬유화하며 질식하듯 죽어간다. 생맥주 마시듯 마시면 즉사다.
그런데 그렇게 맹독성이라면 판매금지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농촌진흥청 농자재관리과 임영빈 연구관에 따르면 현재 위해성과 관련된 자료를 제조사에 요청한 상태다.
“지금 현재로는 어떻게 될 거라고 말씀드릴 수 없네요. 농약관리법 개정안이 어제(6월 29일) 국회에 올라갔습니다. 원래 오남용에 의해 인명피해가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는 취소시킬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그게 심의과정에서 삭제되었거든요.”


일본의 경우 일찌감치 1980년대 중반에 그라목손(파라콰트) 문제가 사회화되었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색무취였지만 색깔도 넣고 구토제도 넣었다. 임 연구관에 따르면 그라목손의 경우 잡초에 뿌렸을 때 즉효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싼 값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때문에 또 쉽게 결정내릴 일도 아니다.
어쨌든 실수든 일부러든 아무거나 마시지 말자는 게 오늘의 교훈이 되겠다. 잘못하면 진짜 황천길로 가는 수도 있다.


기사 본문 중 언급되어 있는 “맹독성” 표현과 관련, 해당 농약원제 및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신젠타코리아 측은 “농약의 독성 분류는 국내 관련법에 의해 엄격히 맹독성, 고독성, 보통독성 및 저독성 등으로 구분되며, 기사에서 맹독성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패러 디클로라이드 액제는 실제로 국내 농약관리법 및 세계보건기구(WHO), 미 환경청에 의해 “보통독성” 농약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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