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18ㅣ주간경향 946호

그가 갔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이야기다.
기자는 비교적 일찍부터 컴퓨터와 함께 한 편이다. 생애 첫 컴퓨터는 애플2였다. 80년대 초반쯤이었다. MSX, IBM XT·AT가 나오기 한 7~8년쯤 전이었다. 한국에서도 꽤 ‘문화’가 생성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장매체로는 플로피디스켓 대신 녹음테이프를 사용했다. 



짝퉁 스티브 잡스로 알려진 사진. 실제로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행사를 알리고자 회사가 고용한 배우다.

문자로 그린 모나리자도 뽑아보고, 간단한 베이직으로 화면에 형형색색의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프로그램도 짜봤다. 대학교 전산실에 IBM AT 컴퓨터가 깔린 뒤에도 애플의 ‘우위’는 한동안 계속됐다. 매킨토시의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클라리스 웍스는 당시 개발 초기 단계였던 워드프로세서 아래아 한글보다 월등히 미려하고 깨끗한 보고서를 토해냈다.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넥스트 컴퓨터를 들고 돌아왔을 때였다.

사담은 여기까지. 이제는 익숙해진 아이팟과 아이폰 덕분에 한국에서도 소위 ‘애플빠’(요즘엔 비하하는 말로 ‘앱등이’란 말을 많이 쓴다)도 아주 두껍게 형성됐다.

아이패드가 발매되었을 때 다음 내놓을 것은 아이보드(그러니까 칠판), 그 다음에 내놓을 것은 아이매트라는 합성물이 유행한 적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매트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잡스가 사망한 후 I 시리즈의 최신판은 isad다. 누리꾼들은 추모게시물 뒤에 isad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다.

항상 루머가 끊이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와 애플사 주변의 이야기는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가 죽기 하루 전 열렸던 행사에서 발표된 아이폰은 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S였을까. 본지 백철 기자가 전해준 ‘루머’에 따르면 ‘4S’는 ‘for steve’ 즉 ‘스티브를 위해’ 헌정하는 제품이라는 설이다. 즉 스티브가 위독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애플 임원진이 바친 작명이라는 루머다. 물론 이건 루머다. 아마 이 기사가 온라인에 올라갈 때쯤엔 과거 앨비스 프레슬리나 케네디 대통령처럼 스티브 잡스 생존설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루머는 어떨까. ‘스티브 잡스 중국인으로 부활?’

진짜 있는 제목이다. ‘짝퉁 스티브 잡스’ 등으로 돌아다니는 이 사진을 보면, 한 중국인이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바지와 검정색 터틀넥 셔츠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더 놀랍다. 과장된 몸짓이라든가, 무대 위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까지 스티브 잡스를 빼닮았다. 한국 누리꾼 반응은 이렇다. “역시 대륙은 복제의 나라”, “스티브 짭스”. 생각해보니 아이폰5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누리꾼이 예상한 디자인을 가진 폰이 나오는 신공을 보긴 했다. (게다가 값도 쌌다!) 그 전에는 한 외지 기자가 발견한 짝퉁 아이폰 스토어가 전세계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었다. 잡스 사후엔 아직 공식 발매되지 않은 잡스의 짝퉁 전기가 서점에 쌓여 있는 모습이 고발됐다.

어쨌든 궁금하긴 하다. ‘짝퉁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세상에 나온 걸까. 찾아보니 홍콩 지하철(MTR)이 내놓은 ‘MTR 모바일2.0’이라는 애플리케이션 발표회였다. ‘스티브 짭스’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이 회사의 CEO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발표회 흥행을 위해 회사가 고용한 유명배우 라 카르잉. 그는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버릇, 성격 등을 연구해 완벽히 재현해냈다. 그러니까 이건 흥행을 위한 패러디이지, 그냥 ‘따라쟁이’는 아니라는 결론이 되겠다. 어쨌든 이 지면을 빌려 마지막 인사를 전하겠다. 당신과 함께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잘 가요, 스티브.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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