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01ㅣ주간경향 948호

솔직히 말하겠다. 필자, 학창시절에 음주가무 즐겼다. 대학시절 말이다. 축제기간에는 밤새도록 학교 강의실 복도에서 술판을 벌이다 1교시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을 보고 서로 황당해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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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개정안으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법의 정식 이름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속칭 ‘학내 주류 반입금지법’이다. 학교 안에 주류, 술을 반입하면 누구든지 간에 벌금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요지다. 대상이 되는 학교에서 초·중·고등학교는 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대학이다. 당장 과나 반 학생회별로 빈대떡이나 해물파전 같은 걸 구워 파는 주점은 어떻게 될까.

고 의원의 주류금지법을 ‘황당하다’고 여기는 쪽은 고 의원이 밝힌 입법 취지와 법 내용이 괴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 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해당 법 전문에서 고 의원 측이 밝혀놓은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성청소년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1회 평균 음주량이 증가했다, 대학가에서 최근 5년간 음주사고로 사망한 학생이 10명이 넘었다 등등, 다 좋다. 그런데 저 이유가 ‘학교 안’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말이다. 음주사고가 일어난 곳은 대부분 대학가 술집이나 MT, 농활 장소였지, 도무지 학교를 걸고 넘어지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고 의원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대부분 그렇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법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기관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다. 입법조사팀 임한우 팀장은 “주류 소비정책상으로 보면 오히려 학교 근처 주점은 이익을 볼 것이고, 반대로 슈퍼나 장사하는 분들은 반대할 소지가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학교에서 술을 못 마시니 대학가 술집에 오히려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거 왠지 미국 금주법 시대가 떠오른다. “더 심각한 것은….” 임 팀장은 결정적인 근거를 내놓았다. 헌법 37조 2항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과잉금지 원칙은 법 내용의 적합성, 보충성, 최소침해 등을 정해놓은 것인데, 이와 관련한 법률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법 제정으로 제한되어야 할 이익보다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인이 누려야 할 자유권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고 의원의 반응이. 고승덕 의원실에 연락해봤다. 

고 의원실 배남영 수석보좌관의 말. “전문가 정책세미나를 거쳐 수렴한 것이다. 법을 만들 때 보건복지부나 교과부 등 관련 부처에도 다 문의를 해봤다.” 요컨대 내키는 대로 만든 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음모설도 있던데? 법이 관련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하기엔 18대 국회 임기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고(입법안은 회기가 지나면 자동폐기된다), 그저 논란을 일으켜 이름을 알리겠다는 수단으로 입법했다는 건데? 배 보좌관은 펄쩍 뛰었다.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임기 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답이다.

맨처음 밝혔듯, 필자는 아무튼 이 법안, 반대한다. 배 보좌관에게 되물었다. 페이스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시는지. 이제는 잘 알려진 그 스토리는 이렇다. 여학생에게 차인 마크 저커버그는 2003년 10월 28일 밤 11시 9분에 자신의 블로그에 “가축들을 어떻게 이런 것들과 매치시킬지 확신하진 않아. 하지만 두 사람을 함께 비교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라고 남긴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난 12시 58분에 그는 이렇게 썼다. “좋아, 해킹을 시작하자!” 그 공백 시간에 그는 캔에 든 맥주를 홀짝였다. 술 덕분에 생긴 ‘용기’가 오늘날 페이스북의 시작이었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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