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06ㅣ주간경향 953호

이번 언더그라운드.넷은 제보다. 국회의원 151명의 한·미 FTA 통과 이후, 이에 분노한 수많은 군중이 당일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움직였다. 둘째날, 첫째날보다 더 많은 군중이 시청앞 광장에 모였다. 첫째날부터 경찰의 대응은 물대포였다. 둘째날, 정확히 9시 8분에 경찰은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영하로 내려간 엄동설한 날씨에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행위는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비판여론 때문인지, 셋째날에는 경찰 물대포가 등장하지 않았다.



한·미 FTA 비준 규탄 시위가 열린 11월 23일 서울시청앞 광장. /연합뉴스

여기까지는 언론보도 동향을 유심히 살펴본 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언론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기자에게 ‘한 번 취재해보라’고 들어온 제보는 이것이다. “그날(11월 23일) 시청앞 광장은 먹통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휴대폰 음성통화는 물론 문자메시지까지 불통이었다. 시청앞 광장만 벗어나면 바로 빵빵 터졌는데, 광장에만 들어가면 심지어 휴대폰 기지국 신호조차 뜨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제보자의 추론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의 ‘차벽’을 대체하는 새로운 ‘장벽’을 서울시청앞 광장을 둘러 ‘저쪽’에서 세웠다는 것이다. 이 장벽의 목적은 ‘전파방해’다. 말하자면 일종의 음모론인데, 6·2지방선거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SNS가 상황을 전파하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수단이 되자, 이것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전파를 방해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차례대로 물어봤다. 먼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카카오 박용후 이사의 말. “카카오톡은 통신사 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특정 지역에 트래픽이 몰려 데이터통신이 어려우면 자동적으로 카카오톡도 안 됐을 가능성이 많다.”

결국 통신사 기지국 문제라는 것이다. 기자는 A통신사에 당일 시청앞 트래픽 통계자료를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당일 시청앞 기지국에서 문의한 시간대의 기록을 보니 문자는 평소의 7배, 음성은 10배가 늘어난 것이 확인되었다.” 이 관계자는 “보통 불꽃 축제와 같은 행사가 열릴 때는 이동기지국을 보내 커버하지만, 11월 23일 밤과 같은 돌발상황은 미리 예측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B통신사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우리는 중계기를 증설하는 등의 작업을 해 문의한 시간대에 시청앞에서 특별히 트래픽이 떨어지거나 그런 현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그날 시청에서 휴대폰 사용에 어떤 문제는 없었는지 제보를 부탁했다. 돌아온 답변의 대부분은 A통신사 사용자. A통신사 관계자는 “우리 통신사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과거 B통신사가 우리는 문제없다고 강변하다 사례가 밝혀지면 입장을 정정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통화이상 현상 제보자 중 B통신사 사용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B통신사 사용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11월 24일 오후 내내 통화가 안됐다”고 주장했다.

통화품질 논란은 통신사들 간의 문제로 넘기고 애초의 ‘제보’로 돌아가자.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주로 VIP, 즉 청와대 쪽 이동과 관련해 경호담당 기관에서 방해전파를 쏘는 일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를테면 무선으로 미리 설치한 폭발물을 작동시키는 그런 테러상황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알고 있다.” 단 그럴 경우 로그파일에 관련 정보가 잡히지만 11월 23일엔 그런 흔적은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솔직히 ‘전파방해’라는 제보를 받았을 때 ‘내 귀의 도청장치’ 식의 음모론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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