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22ㅣ주간경향 951호

인터넷을 보다보면 ‘반도의 흔한~’ 이란 접두어가 붙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 언젠가 언급한 것처럼 ‘반도’는 한반도, 좁게는 대한민국을 말한다. ‘대륙’은 중국, ‘열도’는 열도(列島) 즉 일본을 지칭한다.


누리꾼이 ‘반도의 흔한 자전거’라는 이름을 붙인 옥션에 올라온 나무자전거.

흔하다고 하지만 실은 흔한 일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붙이는 이름이다. 예를 들어 ‘반도의 흔한 시위’를 보자. 교복을 입은 여중·여고생들이 경향신문사 앞 횡단보도를 점거하고 누워 있다. 사진 설명을 보면 젝스키스 팬클럽의 해체 반대시위라고 한다. 젝스키스가 해체한 건 2000년이니, 아마 그 무렵에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사진 속의 여학생들은 이제 사회인이 되었거나 대학생들이다.

오늘 다룰 ‘반도의 흔한~’은 최근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화제가 되었던 두 상품이다. 각각 붙은 이름은 이렇다. ‘반도의 흔한 상품.jpg’, ‘반도의 흔한 자전거.jpg’ 왜 특별한 의미의 ‘반도의 흔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일단 가격이다. 누리꾼이 캡처한 백두산 호랑이의 가격은 2100만원. 나무자전거의 가격은 9245만7020원이다.

호랑이가 진짜 백두산 백호(白虎)의 박제라면 그 정도 가격일 순 있겠다. 어쨌든 호랑이 박제를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이다. 더 황당한 것은 나무자전거다. 자전거 좀 타는 사람은 안다. 이른바 명품 자전거로 눈이 돌아가면 소형차 한 대 값은 훌쩍 넘긴다는 것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건 견적이 나오기 힘든 가격이다. 사연이 뭘까.

일단 저 캡처 이미지가 진짜인지부터 검증해봐야 한다. 11월 10일 옥션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정말 있다. 백호 컬렉션엔 ‘강원도에 팔렸다. 더 이상 문의는 사절’이라는 판매자 글이 달려 있었다. 나무자전거는? 오히려 가격이 200만원 더 올라 있었다. 상품평에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비난글도 올라와 있었다. ‘소문’을 들은 누리꾼들은 이미 ‘성지순례’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옥션 홍보팀에 문의했다. 옥션에 물건을 팔 때, 저런 식으로 가격을 마음대로 써도 괜찮은 것일까. 홍보팀 관계자의 답. “올리는 상품이 법적으로 걸리는 물건이 아닌 경우 올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상품판매자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가급적 가격을 낮추는 경쟁을 하는데, 저런 경우 ‘일반적으로는 팔리지 않기 때문에’ 규제시스템이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불법 상품의 경우 모니터링 팀이 있어 주기적으로 삭제를 하지만 가격의 경우 옥션뿐 아니라 모든 오픈마켓이 터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추측’이라는 걸 전제로 “아마 판매자가 홍보성으로 계속 올려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그 물건을 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먼저 나무자전거. 용산에 위치한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첫 반응은 다음과 같다. “에에? 그럴 리가.”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구매 대행을 하는 업체다보니 상품을 등록할 때 자동으로 등록하게 되어 있는데 프로그램 오류가 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백호’ 차례.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점잖은 목소리. “그거 FRP입니다.” 그러니까 박제가 아니라 합성수지로 만든 거라는 말이다. 

이건 납득하기 힘들다. “팔렸다”고 했는데 ‘합성수지’로 만든 ‘가짜호랑이 인형’을 누가 2000만원을 주고 사갔을까. “난들 아나요. 어쨌든 사러 왔습니다. 

작은 돈이 아니니 직접 와서 꼼꼼이 살펴보고 가져갔습니다.” 광고를 계속 남겨둔 이유? 다음에도 주문이 들어오면 또 주문제작하기 위해서다.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11월 11일, 기사 작성을 위해 북마크해뒀던 두 ‘반도의 흔한~’을 보러 다시 들어갔다. 둘 다 삭제되었다. ‘반도의 흔한 상품’과 ‘반도의 흔한 자전거’는 이제 ‘반도의 흔한 시위’처럼 캡처된 이미지로만 남아 인터넷 공간을 떠돌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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