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15ㅣ주간경향 950호

“가장 마음에 드는 수첩공주를 뽑아주세요!” 선택지는 다음이다. 파티 룩, 오피스 룩, 큐티 룩, 스마트 룩, 스포티 룩, 니트 룩. 박근혜 전 대표의 얼굴 캐리커처는 그대로 둔 채 머리모양, 옷, 액세서리, 신발 등이 서로 다르다. 예전 같으면 종이인형 꾸미기 놀이다. 아마 요즘 세대는 ‘싸이월드’의 아바타쯤을 생각할 것 같다.


페이스북 ‘수첩공주’에 올라온 박근혜 전 대표의 캐리커처. 손에 필기구와 수첩이 들려 있다. 
/‘수첩공주’ 페이스북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사실상 내년 한나라당 대선주자의 페이스북 ‘오픈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페이스북 오픈일인 10월 13일부터 28일까지 15일간 진행되었다. 현재는 종료된 상태다. 수첩공주?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별명이다. 수첩공주라는 별명은 그리 긍정적인 맥락에서 붙여진 게 아니다. 콘텐츠 부족, 즉 “수첩에 자신이 메모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비하의 의미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박 후보를 따라다닌 별명이 바로 이 ‘수첩공주’다.

기자는 2007년 대선 당시 정치인에 붙은 부정적 맥락의 별명을 어떻게 극복할 수있을까를 주제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기자의 기사가 실린 <주간경향>의 호수는 공교롭게도 747호다. 인터넷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니 일독을. 기자가 접촉한 네이밍 전문가는 “부정적 이미지도 잘 활용하면 긍정적 이미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바로 이 수첩공주 사례를 소개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이 전문가의 ‘코치’를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 직전, 박원순 캠프를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전문대학원 원장의 ‘편지 세리머니’에 맞서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행사가 ‘수첩 전달식’이었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편지가 수첩을 이겼다. 이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보다 진중한 기획에 맡기자. 마침 <주간경향> 이번 호의 주제도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진단이다.

박 전 대표의 ‘오픈 이벤트’는 꽤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좋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페이스북 댓글로 올라온 반응을 보면 심지어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픽션에서나 있을 법한 왕정시대의 공주를 동경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박 전 대표의 페이스북 ‘수첩공주’의 소개를 보면 “수첩공주는 박근혜의 아바타+α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혹시 “가짜 계정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페이스북, 심지어는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박근혜 의원실에 문의하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밝혀진 담당자는 이모 보좌관이다. “말 그대로 아바타를 생각하면 된다. 페이스북은 대표님의 생각과 눈높이에서 아바타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역시 수첩공주 콘셉트로 박근혜 이름으로 올라온 ‘적자 적자 적자생존!’이라는 다소 썰렁해 보이는(?) 구호는 박 전 대표가 직접 고안한 것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이 담당 보좌관은 밝혔다. 

그는 “‘적고 약속하고 실천한다’는 의미로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한 반응은 꽤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반응이 좋았다면, 앞의 오픈 이벤트 결과는 왜 현재는 볼 수 없는 걸까. 이 담당자는 “현재 막아놓기는 했는데, 1등을 한 것은 스마트 룩이었다”며 “결과의 활용은 또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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