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뒤끝 쩌네요.” 한 게시판에 올라온 누리꾼 평이다. 지난주 언더그라운드.넷에서 다뤘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나 도지사’ 논란이 몰고온 후폭풍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도가 119 전화에 민원전화를 통합시키는 원스톱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2차 발화점이다.

경기도의 포부는 원대하다. 사실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15개 시·도는 이미 통합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119를 통해 재난·가스고장·환경오염·청소년폭력·자살·노인학대·여성긴급전화·이주여성폭력·아동학대·수도고장 등 11가지 민원 긴급전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경기도는 한발 더 나아가 무한돌봄·다문화가정·일자리·구제역·탈북자상담·여권발급·부동산·위생·도로교통·청소년유해·전기고장·미아·어린이놀이터 등 15가지 민원을 더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30일 경기도 남양주소방서를 방문해 119 시스템을 살펴보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 |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제공



다시 도지사 패러디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이 정리한 ‘25가지 민원서비스를 하는 경기도 119’를 보자. “119종합업무센터입니다. 민원업무는 1번, 여권업무는 2번, 세금관련업무는 3번, 기타 문의사항은 4번, 긴급신고는 5번, 도지사는 별표를. 다시듣기를 원하시면 0번을 눌러주세요”, “잘못 누르셨습니다.”…(중략)…“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입니다. 연결이 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사정이 이렇게 흘러가자 김문수 도지사가 트위터를 통해 적극 해명했다. “119통합시스템 도입이 소방업무 효율과 도민 위급민원 서비스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면 야당이 장악한 도의회에서 예산통과 안 됐죠. 떼를 써도 앞뒤가 맞게 해야죠.”

누리꾼의 비판은 “결국 민원전화 업무가 추가되면서 정작 한시라도 연결이 급한 긴급전화의 연결이 늦어지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로 집약된다. 누가 맞을까.

먼저 이번 경기도의 119통합시스템 구축이 지난 연말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경기도의 해명은 사실로 보인다. 2012년 12월에 민원업무와 119긴급통화가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보도는 김문수 지사의 ‘내가 도지사인데’ 논란 이전부터 나왔다. 즉 지난 연말의 ‘사건’에 대한 복수로 11건에서 25건으로 늘렸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정작 시행해봐야 알겠지만 민원전화가 폭주해 회선이 부족할 것이라거나, 인력부족 문제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통합시스템에 대해 몰라서 나온 비판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통합상황실이 구축되면 25종의 민원이 연결시스템에 의해 도청 민원처리전화 120번이나 해당 전문부서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긴급전화 대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작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왜 다른 시·도는 다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을 경기도에서는 이제야 만든다는 것이냐 하는 질문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기자의 질의에 대해 1월 6일 서면답변서를 보내왔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5개 시·도는 국비지원을 받아 2010년까지 통합상황실을 완료해 11종의 생활민원을 처리하고 있으나, 정작 경기도는 260억원이 드는 예산 때문에 통합상황실 구축이 늦어져 왔다는 것이다. 틀린 설명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트위터에 올린 글만 보면 “내가 도지사인데”가 왜 누리꾼 조롱의 대상이 되었는지, 김 지사께서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다 오해”라고 외치는 어떤 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보면 와 닿는 게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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