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초등학교 이 폭력 웹툰을 아십니까.” 지난 1월 7일 조선일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다. 만화작가 귀귀(32·본명 김성환)는 하루아침에 “초등학교를 무대로 하면서도 극단적인 폭력과 욕설, 피투성이의 피해자가 등장해 학교 폭력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던”(1월 12일자 조선일보) ‘폭력 웹툰’ 작가가 되어버렸다. 조선일보 1면의 ‘매체파워’는 신속히 발휘되었다. 1월 7일은 토요일이었다. 업무가 개시되는 월요일인 1월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웹툰의 폭력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틀 뒤 오후 야후코리아는 해당 웹툰의 연재를 중단시켰다(야후코리아 관계자는 “연재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아니라 작가와 협의 아래 새 작품을 2월에 선보이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루 뒤 다시 조선일보는 폭력 웹툰이라는 수식어와 열혈초등학교를 붙여버린다. 그러니까 열혈초등학교=폭력 웹툰이라는 공식이 완성됐다. 그리고 이야기 끝? 아니다.

[##_1N|cfile5.uf@12452B484F3E07EA2552F1.jpg|width="260" height="362" alt="" filename="cfile5.uf@12452B484F3E07EA2552F1.jpg" filemime=""| 작가 귀귀가 블로그에 올린 열혈초등학교 에피소드 <183. 신문>의 한 장면. | 귀귀 블로그_##]



작가 귀귀는 1월 13일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tarboy)에 ‘183화 신문’이라는 이름으로 ‘사태’에 대한 의견을 담은 작품을 올렸다. 만화엔 소재를 제공한 “조선(92)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감사인사가 붙어 있다. 92살 먹은 조선이 누군지는 아마 다들 짐작할 터.

작품을 옹호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도 열혈초등학교의 내용을 보면 너무 막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누리꾼도 꽤 된다.

어쨌든 궁금했다. 이를테면 귀귀처럼 ‘인기 웹툰 작가’인 데다가 ‘병맛의 대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이말년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까? 전화해봤다. 그의 일성. “뭐라고 해야 할까… 만화가 심하기는 했다. 그런데 저는 귀귀 팬이거든요. 보면서 확실히 등급은 있어야겠지만 그것을 핑계로 모든 만화에 불필요한 간섭을 만들면 안 되겠죠. 아…자다 깨서 정신이 없습니다.” 다음 타깃은 이말년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나도 들었어요. 아, 저는 인정할 수 없어요. 만약 내 만화가 폭력 웹툰 소리를 듣는다면 조선일보사에 찾아가 따질겁니다. 정말 제 만화엔 패륜적 요소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과거 이 코너에서 ‘병맛만화’에 대한 개념정의를 내렸던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는 “병맛만화를 더 크게 장르적으로 말한다면 1990년대 후반부부터 등장하는 ‘부조리 만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이쪽 계열이라고 할 <이나중 탁구부>, <두더지>의 주인공들이 중학생 또는 초등학생이라고 그 만화들을 초·중등학생 대상 만화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열혈초등학교 역시 그 대상은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독자들이 보기에 특정 만화가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며 “그에 대한 정상적인 문제 제기와 논의를 내팽개치고 청소년 문제가 터지니까 ‘청소년 문제= 폭력 만화 때문’과 같은 낡은 도식이 다시 나와 그럴듯한 설명처럼 회자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Posted by 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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